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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회수 1399 작성일 2001-08-02 04:32: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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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읽어보십시요
작성자 공감자
내용
게 시 자
여성정책담당관실
게 시 일
2001.07.31 17:48

제 목
[우타가 만난 사람] 황인자 여성부 권익증진국장 (신문기사)

빈 곳 많은 ‘여성 수레’ 가득가득 채우고파

여성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여성주간 행사 총괄 진행으로 정신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
인자 여성부 권익증진국장(46·부이사관).
화창하다 못해 태양이 작렬하는 듯한 오후,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을 때 그는 망중한을 즐기듯 책
을 들여다보고 있었다. 책의 제목은 한 재미교포가 썼다는 <종군위안부>. 역시 그는 업무와의 연장선
상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….

2월 출범한 여성부의 중추 부서 중 하나인 권익증진국은 폭력방지과와 권익기획과로 나뉜다. 구체적으
론 가정폭력과 성폭력, 윤락행위등 방지법 관련 업무, 일본군위안부 생활지원 등이 주요 업무다. 사
실 그는 행정자치부를 떠나오기 직전 정부혁신위원회에 여성 공직자의 공직 참여 확대와 삶의 질 향상
을 위한 정책 과제를 숙제로 던져놓았다. 그리고 이제 여성부·행자부·기획예산처, 그리고 중앙인사
위원회가 4개의 축이 되어 이 과제를 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. 최근 인사위가 여성 공무원 승진목표
제 도입을 발표하고 여성 공무원 비율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고백(?)을 용감히 할 수 있었던 배경도
이와 무관치 않다.

“인사위의 최근 행보나 정통부의 대대적인 주부 인터넷 교육 등이 바로 여성정책 주류화의 좋은 실례
라고 생각한다. 이들 행정조직에 여성정책 전담부서가 없어도 제도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펴나갈 줄 아
는 것이다. 여기서 바로 여성정책 전문 공무원으로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.”

황인자 국장의 프로필엔 여성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력이 풍성하다. 20여 년 가까운 공직생활 중 첫 부
서인 체신부에서 행정사무관으로 5년여를 근무한 이래 88년부터 정무장관(제2)실을 거쳐 행자부, 여성
부에 이르기까지 여성 관련 국내외 업무를 담당해왔다.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프로필 끝 부분에 나
와 있는 ‘강등’이란 두 글자다. 이유인즉, 정무장관(제2)실이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바뀌면
서 행자부 여성정책 담당관이 돼 국장급인 조정관에서 과장급인 담당관으로 직위가 떨어졌다는 것이
다.

그러나 이처럼 ‘강등’이란 두 글자를 자신의 경력에 당당히 덧붙일 만큼 그의 여성정책 사랑은 남다
르다. 지난해 말의 홍조근정훈장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.
그는 83년 1월 공무원 생활(체신부)을 시작했다. 여성 공무원들의 듬직한 선배 격인 황 국장이지만,
오랜 공직생활 중 부딪친 가장 큰 어려움은 출산과 육아 문제, 그리고 여성이기에 은연중 받는 업무
분야의 한계였다.

그래서 그는 남성 관료들과 흔히 벌이는 기회의 평등과 제도적 평등이라는 이상적 평등관에 대해 갑론
을박을 벌이곤 한다.

“종종 평등을 꼭 좋게만 생각하지 말자고 역설적으로 말하곤 한다. 이상적 차원이 아닌 현실 제반여
건에서 여성이 남성과 완벽하게 조건적 평등을 이루고 있는가? 출산과 육아 문제만을 봐도 해답은 금
방 나온다. 일례로, 모성보호정책은 바로 평등을 향한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다.

군가산점제나 여성채용목표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때 어떤 면에선 남성 관료들에게 무지막지하게(?)
말하곤 했다. 이것이 여성문제다, 아니다, 또 근거가 있다, 없다 논쟁하기보다 여성계에서 관심을 가
지고 줄기차게 얘기한다면 그것이 바로 여성의 절실한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.”

황 국장은 남성들이 주로 제기하는 30% 여성할당제 등 여성 우대조치의 부당함에 대해 결과의 평등을
위한 잠정적 우대조치라고 못받는다. 나아가 그는 “여성 30% 할당이 법 조문 어디에 있느냐? 단지 대
통령의 권고사항일 뿐 강요가 아닌다”고 반박한다. “고마워하기는커녕 여성들의 요구는 해도해도 끝
이 없다”는 투정(?)에 대해선

“여성들의 수레가 아직도 빈 곳이 많아 요란할 수밖에 없다”고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긴다.

이런 난상토론 속에서 진지한 남성 후배가 생겨나기도 한다. 행자부 시절, 여성 관련 부서에 배치된
것을 한직으로 여기고 한숨 쉬던 한 남성 공무원은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자 여성정책을 파고들었고,
그 결과물로 <서서 오줌누는 여자 치마 입는 남자>란 지극히 진보적 페미니즘의 색깔이 묻어나는 책
을 펴냈다. 대통령 부인 이희호 씨도 필자를 격려했고, 이후 이 책을 애독했다는 후문을 황 국장은 자
랑스레 들려주며, 이제는 여성정책의 균형과 효과적 실행을 위해선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
성 관료를 키워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. 그래서 그는 기자들을 만나면 여성문제 해결에 열심
인 남성 공무원들에게 주목하라고 당부한다.

이런 맥락에서 공직 분야에서의 성역할 타파는 ‘큰언니’인 황 국장의 영원한 고민이다. 여성이기에
여성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면 좀체로 빠져나오기 힘들어 폭넓은 전문 행정관료로 클 수 없다는 강박관
념을 여성 공무원들은 대부분 느끼고 있고,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.
그래서 황 국장은 99년 행자부가 발표한 여성 공무원 발전 기본계획에 ‘1과 1인 여성제’가 포함되도
록 주력했다.

특히 그는 행자부 시절 여성 공무원들의 살가운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한편, 여성 공무원들의 현
실을 널리 알리고자 애썼다. 지난해만 해도 전국의 고위직 여성 공무원들의 네트워킹인 ‘여성공무원
대표자 회의’를 탄생시켰고, 6개 부처 전·현직 여성 공무원들의 반장 격으로 그동안의 스터디 결과
물인 <여성정책 전담부서의 역할>, 그리고 <여성과 공직 2000>을 펴냈다. 또한 ‘남녀가 함께 하는 공
직사회를 위하여’란 부제를 붙여 <평등사랑방 운영 사례집>도 펴냈다.
그가 여성 후배들에게 말하는 충고는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.

“첫째, 직위가 올라갈수록 체력을 단련시켜 흔들림 없는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. 새벽 2시까지 일하고
도 다음날 9시에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 있어야 한다. 체력은 경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. 둘째, 나
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더 긴장하고 탄력 있게 업무를 처리하며 행정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. 마지막
으론,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는데, 혼자 일 잘한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금물이다. 위와 아
래, 앞과 뒤, 옆 등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며 팀워크를 발전시킬 줄 알아야 한다.”


<출처 : 우먼타임스, 2001. 6. 28(목) 17면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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